[서담(書談)] 마이클 J. 벤턴의 "대멸종 - 페름기 말을 뒤흔든 진화사 최대의 도전" 서(書)담

0.

요사히 도서관에서 빌린 한 권의 책입니다.  2 주정도 천천히 1/3 읽다가. 1주 더 연장해서 나머지를 다 읽어버렸습니다. 타임페트롤 이후로는 처음으로 끝을 내는 책이군요;; 한달에 한 권을 간신히 읽다니. 반성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주에 몇권 더 읽었지만;;

 

480쪽 정도 되는데, 뒤의 주석을 빼면 한 400쪽 분량입니다. 읽기 힘든 부분은 설렁설렁 읽으셔도 됩니다. 2장, 9장은 빼고 읽으시는걸 추천하구요. 3,4,6,8,11,12장은 읽으셨으면 합니다. - 10장은 개인적으로는 재밋는 부분이었는데, 내용 전체와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러시아 답사를 떠난 저자의 수필에 가깝거든요.

 

원제는 When life nearly died : the greatest mass extinction of all time.

류운 역. 뿌리와 이파리 출판사의 오파비니아 총서 3입니다.

하드 커버라서 약간 깎아서 2만 6천원 정도 하는군요;;

 

1.

이 책에서의 대멸종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룡의 멸종, 전문 용어로는 'KT 대멸종'1)이라고 하는 사건이 아닙니다. 당시 해양 동물 과의 90%, 육상동물의 70% 말 그대로 "생명의 나무에 난도질을 한" 고생대의 마지막 연대, 페름기의 대멸종을 말합니다. 2억 4500만년 전의 일이죠.

 

당시 페름기는 우리의 현 지구와 맞먹는, 아니 어쩌면 능가하는, 어마어마한 생태적 다양성이 있던 세상이었습니다. 바다의 초(礁)는2) 지금의 산호초보다도 더욱 풍부한 생물들이 있었고, 방추충이라는 단세포 플랑크톤이 10cm까지 거대화 하기도 했습니다. 최초로 3차 포식자가 등장한 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참혹한 멸종이 끝난 후의 세상은 전혀 다릅니다. 방추충은 전멸했으며, 한때는 초를 이루던 완족동물(조개와 비슷하지만 양쪽 껍데기의 크기가 다릅니다.)은 종 수준으로 99%가 사라집니다. 불가사리는 거의 전멸하여 생존을 위해 내장의 위치를 안팎으로 뒤바꾸는 처절한 변신을 해야했습니다. 이전부터 퇴보하던 삼엽충은, 드디어 그 긴 역사의 종지부를 여기서 찍고 맙니다.

 

육상에서는 90%의 생물들이 단 하나의 종, 리스트로사우루스3)라는 초식 파충류들 뿐이었습니다. 그 넓은 판게아를, 그 돼지와 같은 종들이 활보하고 있었습니다. 어디에서나, 그들만 보였습니다. 그들은 가장 크고, 가장 많은 육상 생물이었으니까요. 이 생태계가 복원되기 위해서는, 쥐라기 중반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한마디만 더 붙이겠습니다. 만약 수 쌍이라도 이 위기를 모면한다면, 종은 아마도 복원 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 수준의 90%는, 정말 엄청난 대재앙이죠. 더욱이 속과 종으로 파고들면 비율은 더더욱 높아집니다. 보통 일반적 생태계는 과 수준 50%이상이 살아남아야 복원된다는 것이 정설이구요. 말이 길었습니다. 글쎄요.. 이쯤이면 설명이 될까요.

 

2.

이 책은 대멸종의 참혹함을 설명하는 책이기도 하지만, 지질학의 역사에서의 '대멸종'의 의미를 분석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학이 대충 아무런 근거 없이 결론만 내린다고 믿는 분들께는 정말 추천해 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정말 사람 냄새나는 책이거든요. 

 

분명한 것은, 편견이란 것은 사람의 뇌를 쉽게 억누른다는 것입니다. 근대 지질학의 바이블인 "지질학의 원리"의 저자 찰스 라이엘(1797~1875)이 1840년대에 주장한 '동일 과정의 원리'4)는, 위대한 생각이긴 했지만 대신 "대멸종"이라는 개념을 약 향후 150년동안 이단파로 전락시킨 이론이기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1990년까지는 운석충돌설이란 정신나간 이론에 불과했습니다. 그 시대 지질에서 외계 물질에서만 발견되는 고농도 이리듐의 증거가 나타나기 전까지는요. 어쩌면 우리는, 지금도 그런 이론들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_-;;

 

마찬가지로 종이 어느 순간 이상이 되면 노쇠하여 자연히 생명의 역사에서 물러난다는 '종족노쇠', 경향 진화론, 목적주의라는 잘못된 아이디어 또한 오랫 동안 학자들을 괴롭혔습니다. - 이 이야기는 '레오나르도가 조개 화석을 주운 날' 이야기에서 하겠습니다. 그 책의 저자 굴드 씨도 이런 설을 부정한 분 들 중 한 분이죠. 5)

 

동시에 이 책에서는, 결벽증 적인 과학자들의 노력들도 볼 수 있습니다. 수백만년 동안 겨우 수cm 쌓이는 암석 층에서, 생물이 판 굴인가 그저 퇴적에 불과한가를 분석하는 그들의 노력은 정말 같은 인간으로서 놀라운 정도입니다. (신화 책 몇 권 읽고 편하게 집안에서 나불거리시는 분들, 당신들은 100번 윤회를 거듭해도 이 분들 못 쫓아 갑니다. 정신 차리세요.)

 

3.

그럼.. 이 멸종은 어떻게 일어났을 까요. 가장 지지받는 '가설'은 시베리아 트랩6)의 분출입니다. 처음엔 황산화 물이 일시적으로 지구 냉각화를 이르킵니다. 이것으로 해수면이 낮아져 해양 생명체가 고통받기 시작합니다. 그다음으로 분출되는 CO2는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면서, 잠자고 있던 기체수화물8)을 분출 시킵니다. 드디어 지구 온난화가 롤러코스터의 정점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급속도로 폭주합니다.

 

순식간에 지구 전체의 평균온도가 6℃나 상승합니다. 해양은 급격히 혼탁화 해지고, 무산소화 해집니다. 트랩에서 분출된 불소와 염소는 산성비를 만들고, 대륙의 풍화를 급속하게 진행합니다. 숲은 완전하게 망가지고 맙니다.

 

이 시기의 암석들은, 흔히 바보금이라는 황철석이나, 검은색의 처트와 셰일이 많습니다. 검은색은 산화 없음, 즉 극도의 무산소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것으로 어마어마하게 적응력이 좋은 랑굴라 같은 생물이나, 어마어마하게 개체가 많아 그 종말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들을 (물론 그래도 운이 안 따라준 것들은 멸종했습니다) 제외한, 거의 모든 생물이 전멸합니다. 박테리아에서 대형 양서류까지. 모두. 이 멸종은 가히 모든 최악의 상황의 종합선물 세트였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앞의 우리가 증명하듯, 생명은 기어이 살아남았습니다.

 

4.

페름기의 유래 없는 대멸종은, 단지 '이렇다 하더라'하는 지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현재에도 1년에 인류는 5000~25000종을 멸종시키고 있고, 이 추세로 간다면 800년~2만년 후에는 전 생명체가 멸종하고 맙니다. 어떠한 핑계를 대더라도, 우리가 6번째 대멸종의 시기에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어떤 노래 제목처럼, "sad but true". 슬프지만 사실입니다. 더 처참한것은, 우리는 그걸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 적어도 완화 시킬 수는 있다는 거죠.

 

그래도 생명은 살아남았지 않았냐구요? 아마도 그럴겁니다. 인간도 살아남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그 피해를 복구하는데는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죠. 지질학적으로는 '바로' 생태계가 복원된, KT 멸종에도 1천만년이 소요되었습니다. 지질학에서는 '순간'이지만, 인간에겐 억겁의 시간입니다. 어쩌면, 생명은 6억년의 역사를 다시 시작해야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삶은 여기서 끝납니다. 아마, 매우 고통스러울 겁니다.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은 분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이 문제를 극복하자고 주장하는 분들의 주장에 완벽하게 공감하는 것도 아니고, 그것보단 과학기술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직시하는 것은 모두 같아야 하지 않을까요. 위기에 대한 시각을 같이 하는 것 말입니다.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기엔, 문제는 많이 심각합니다.

 

12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19세기 중반 당시 한 지방을 지나는데 3일이 꼬박 걸렸던 나그네 비둘기가 100년만에 완벽하게 멸종해 버렸다는 겁니다. 이번 차례는 우리일까요? 운명의 시계의 카운트 다운은, 100년이나 남았을려나 모르겠습니다.


1) 멸종 전후에 있는, 중생대 백악기 (Kreide)와 신생대 제 3기(Tertiary)의 앞자를 각각 딴 것입니다.

 

2) 산호초, 암초에서 쓰이는 그 '초'입니다. 얕은 연안에서 서식하는 바위같이 된 생명 무리들을 가르킵니다.  

 

3) 사진은 http://cafe.naver.com/bbcwalkingwithcom/16을 참고해 주세요.

 

4) "과거를 보려면 현재를 알아야 한다."라는 원리. 즉, 과거에 일어난 일은 현재에 일어난 일과 같은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노아의 홍수와 같은) 근거없는 가설을 제거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 때문에 대멸종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고 맙니다. 그리고 그렇게 150년 동안 과학계를 지배하죠. 

(물론 이 가설이 결코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누가 한 말처럼, 어느 특정시기 동안은 "일반론"적인 생각이 지배해야지만 그에 맞는 반박론이 나오는 것이기도 하구요. = 마치 천동설이란 '정립된 이론'이 있었기에 후에 모델의 오류를 인식한 지동설이 나온것과 이치가 같습니다.

결코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진리는 여러가지. 고로 창조론이고 진화론이고 동등'이 아니라는 겁니다. 어디까지나 '패치'의 개념이지, 이 부분 전체를 부정하는 건 아닙니다. 꼭 이런 표현을 쓰면 유사과학자들이 너무 좋아할 것 같아서.)

 

5) 목적주의, 경향진화설 같은 이야기들은 결국, 인간이 가장 진화의 상위에 있다는 편견처럼 다윈주의를 가장한 반다윈주의라고 할 수 있겠죠. 하긴, 다윈마저도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충전설 혹은 사과 박스의 원리입니다. 한 종이 사라져야만 새 종이 나타난다는 생각은, 결국 "상상력의 한계"일 뿐입니다.

 

긴 진화사를 인간의 짧은 시간 개념에서 이해하다 보니 나타나는 오해죠.
저자에 말에 따르면, 같은 풀을 먹었단 이유로 토끼와 달팽이가 서로 경쟁하여 한 편이 사라졌다는 말과 같은 겁니다.

 

6) 계단 모양의 언덕이란 의미로, 여기서는 범람성 현무암성 용암의 대규모 분출을 가르킵니다. 물론 데칸 트랩7) 같은 4대 트랩보다는 약했지만, 초대륙에서 일어난 트랩은 이것 밖에 없죠.

 

7) 한때 운석충돌설과 맞먹던, 진지하게 검토되던 가설이었습니다. 이 가설은 운석 충돌설처럼 지구의 급속한 냉각화, 이리듐, 전 지구적인 재의 퇴적층을 설명할 수 있었지만, 유타카 반도에서 발견된 석영과 유리구슬을 설명 할 수 없어 폐기 되었습니다.

 

결정적 요인은 되지 못했지만, 백악기 말 공룡이 쇠퇴한 원인을 설명하는 한 원인이라고 합니다. 대멸종은 한가지 요인만으로 일어나는게 아니죠. 이 책에서는 그런 측면을 <오리엔트 살인사건>에 비유하더군요. - 안 읽었는데, 스포일링 당했다;;

 

8) 쉬운말로, 메탄 하이드레이트 종류입니다. 현재에도 기체 체 화석연료의 2배의 탄소량을 가지고 있죠, 10조톤의 극지방 빙하 속에 숨은 메탄과 이산화 탄소들입니다. 1기압에서 1600만 리터가 100만 리터로 잠겨있죠. 당시에도 비슷한 양이었다고 합니다.

 

9) 스미소니언 연구소의 더그 어윈 박사는, 사담 후세인의 "모든 전쟁의 어머니"를 패러디 해서, "모든 대멸종의 어머니"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덧글

  • 페스츄리 2009/05/31 18:34 # 삭제

    정말 무섭군요...
  • 다복솔군 2009/06/01 02:15 #

    사태는.. 유감스럽게도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 페스츄리 2009/06/01 00:01 #

    아..저도 링크 추가합니다.^^
  • 다복솔군 2009/06/01 02:15 #

    옙.저도 추가했습니다.
  • 카노네스 2009/06/01 23:11 #

    오래전에 뉴턴과학잡지에서 유카탄 반도의 운석충돌이 데칸트랩을 유발했다는 기사가 있던거 같은데

    이 둘 사이에 연관성이 있나요?
  • 다복솔군 2009/06/03 19:34 #

    연관성이 없다는 말이 일반적인데... 그 논리에 의하면 연관성이 있을 수도요 ㄷㄷ;; 일단 이 책이 나온게 2005년이니까 뉴턴 잡지의 시기를 알아보는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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